작은, 것들 [김안녕]
정작 날 울린 이는
손수건 한 장 내민 적이 없었는데
단 한 번 혜화역 술자리에서 언니 언니 하다
택시 같이 탄 그이가 손에 쥐여 주고 간
파란색 손수건이 십 년째 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니
먼지처럼 작은 것이
솜털처럼 가벼운 것이
참 이상하지
그 천쪼가리 하나가 뭐라고,
손수건을 받으면
참았던 토사물 눈물 다 터져 나오고
서러움 분한 마음 봇물처럼 나오고
가방 속에 든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그 쪼가리 하나가 대체 뭐라서
- 사랑의 근력, 걷는사람, 2021
*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크낙한 사랑을 주고 받은 사이도 아닌데
어떤 순간 작은 사랑을 베풀어주고 간 그 사람이 소중하다거나 큰 사랑을 받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손수건 따위를 건네주는 그 마음이 헤아려지고 배려했던 그 마음이 문득 떠오를 때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었어!
그 마음은 내 마음속에 남게 되지만 사물이 내 손에 남아 있으면 자주자주 사용하면서, 혹은 자주 들여다 보면서
따뜻했던 온기가 마음에 전해진다.
책상 서랍속에 참 좋은 사람들이 주고간 사물들을 들여다 보며 그때의 작은, 아주 작은 사랑을 만져보게 된다.
먼지처럼 작은 것이 오래된 일기장처럼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리나무의 측량술을 빌려서 [손택수] (0) | 2022.04.12 |
---|---|
수선화 감정 [최문자] (0) | 2022.04.12 |
사이를 말하다. 1 [송연숙] (0) | 2022.04.06 |
묵시록 [신미균] (0) | 2022.04.06 |
업 [신미균] (0) | 2022.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