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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데자뷰 [박수현]

by joofe 2022. 4. 25.

보이나요? 봄이 오고 있는 풍경이.......      노명희 화가 그림, 낮달

                                                

 

 

 

 

 

 

데자뷰 [박수현]

 

 

 

 

  번개탄을 피워 겨우 구멍을 맞췄는데

  열아홉 개 파란 불길이 날름대다 꺼지는데

  아버지의 밭은 기침 소리가 들렸는데

  불구멍 속으로 발소리가 몰려오는데

  누가 매케한 연기를 내 얼굴과 온몸에 뿜어대는데

 

  타이레놀 한 알이 녹아드는 동안, 얇은 습자지처럼

팔 다리가 너풀거려요 세모 네모로 접혀진 풍경들이

와삭거리며 뒤집혀요 종잇날에 베인 새끼손가락에 핏

물이 맺혀요 둥글동글 핏방울처럼 뭉쳐진 생각들이

멀리 먹물빛 바다로 흘러가요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고 싶어요 날갯짓 쳐보지만 어둠속으로 곤두

박질쳐요 타버린 연탄재 같은 눈빛들이 노려보고 있

어요 장독 위 살얼음 두른 하현달이 손톱을 오무려 텅

텅 내 머리통을 밤새 두드리고 두드려요

 

                                - 복사뼈를 만지다, 시안, 2013

 

 

 

 

 

 

 

 

*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오지게 추웠다 살짝 풀렸다를 반복하며 약올리듯 겨울을 보내버린다.

몸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적응의 시간을 보낸다.

연탄가스를 맡은 듯 온몸은 몽롱하고 무겁기도 하고 구름에 올라타고 싶기도 하다.

환절기에 누리는 사치라고 하자.

타이레놀이나 판피린으로 딱따구리를 물리치고

커피 한잔으로 머리를 헹군다.

해마다 봄은 그렇게 찾아온다. 언젠가 본듯한 봄이.

 

감기 조심하세요! 판피린큐! (피피엘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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