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느티나무 [고은수]
어제는 유순한 신발이었나,
의무는 계속 오늘, 오늘
그리고 맑아야 함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려 하는
여름날은 무한해 보인다
변하지 않는 발자국들은
차례로 썩어갈 것이다
너는 내 말을 잘 들어서
마음에 들어,
이 페이지는 찢도록
하겠습니다
헐벗기를 자청하는 나에게
너는 또 푸른 갑옷을 입혀준다
- 모자를 꺼내 썼다, 달아실, 2022
* 어느 마을이든 입구에는 크낙한 느티나무가 있고
넉넉한 모습으로 그늘도 만들어주고
마음의 위안이 되어 준다.
마음에 들고 눈에 들고
해마다 비웠다가 채웠다,를 반복하며 변함없음을 깨닫게 해 준다.
친구들에게 보탑사의 느티나무가 '주페나무야!' 했더니
순례자처럼 보탑사를 다녀갔다.
늬들도 알잖아.
변함없이 잘 버티고 있다는 걸.
누구나 넉넉한 느티나무 한 그루 마음에 키우고 살았으면......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목을 사랑한다면 [심재휘] (0) | 2022.05.05 |
---|---|
지구인 - 고 사노 요코*에게 [문성해] (0) | 2022.05.03 |
친밀한 타인 [채수옥] (0) | 2022.04.28 |
데자뷰 [박수현] (0) | 2022.04.25 |
메주 [서하] (0) | 2022.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