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1 발치(拔齒) [이문재] 발치(拔齒) [이문재] 어머니라고 하면 너무 멀어 보이고 엄마 하면 버릇없어 보여서 입속으로 어무이 입안에서만 엄니 일찌감치 보험 들어놓고도 몇년 몇달을 뭉그적거리다가 죽염 양치로 버텨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금니 뽑으러 가는 날 평생 이 아파하시던 우리 어무이 생각 앞니까지 다 빠진 채로 홀로 저승 가셨는데 행여 저승에서도 잇몸으로 드시나 마취 풀리고 피 멈추고 부기 다 가라앉았는데도 나는 자꾸 내가 싫어져서 저무는 북서쪽 하늘 올려다 보면서 없는 어금니 꽉 깨물면서 엄니 -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내 나이 스무살 때 나도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어머니와 형에게 존대를 해야겠다 결심을 했다. 엄마, 이랬어 저랬어,하다가 어머니,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려니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형.. 2021.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