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1 '밥을 딴다'라는 말 [문성해]연밥 '밥을 딴다'라는 말 [문성해] 연밥 물속에서 군불로 밥을 짓던 어머니가 한 그릇 두 그릇 허공에 밥을 올리신다 커다랗고 붉은 손바닥이 감싸올린 저 밥을 태초에 따던 하얀 손이여 태초에 벌판에서 벼이삭을 따던 여인네들 입속에 따뜻하게 고인 말도 이 '밥을 딴다'라는 말 까치가 고욤을 따듯 다람쥐가 도토리를 따듯 이 말은 밥이 밥에 더 가까워지는 말 털 숭숭 난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온 말 태초에 붉은 벌판에서 이삭을 감싼 따순 손바닥 두개여 혓바닥을 앞니에 씹듯이 떼어내며 '딴다'라는 말을 입속에 버무리던 이여 그는 일찍이 말을 지을 줄 아는 시인이 아니었을까 붉은 연꽃이 연밥을 허공에 싸안아 올리는 심정으로 태초에 밥 지은 솥을 머리에 이고 들판으로 들어가던 아낙이여 그이는 오소리보다 곰보다 큰 .. 2021.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