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감상

배춧국 [이상문]

by joofe 2022. 5. 5.

나만의 팁은요, 무를 같이 넣고 굴가루를 듬뿍 넣죠.ㅎ

                                                                      

 

 

 

 

배춧국 [이상문]

 

 

 


 

 

  어머니는 삼시 세 끼 배춧국을 끓이셨다 어린 내 손

가락보다 굵은 멸치가 둥둥 떠오르던 된장 배춧국 가

난이 어떤 것인지 모르던 나는 어머니의 고단한 하루

도 모르는 채 반찬 투정을 했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

맛이 어때서 그러냐고 큰 소리 내지 않고 고개를 숙이

셨다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로 정말 시원하다

정말 구수하다를 연발하며 늦어도 한참 뒤늦은 맞장

구를 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내가 이제 늙었다며 자

기는 아직도 고등어자반이 최고란다 정말 나만 늙은

것인지 모르지만 배춧국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의 안부

가 궁금하고 불러보고 싶어 전화를 하는 것이다. 어머

니 어떠세요

 

                 -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달아실, 2019

 

 

 

 

 

 

 

* 국밥집에 가면 첫숟갈에 국물맛을 보게 된다.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음미가 뭔지 모른다.

우러나온다는 게 뭔지 모른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배춧국은 그야말로 건더기라곤 배추 뿐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 풀고 배추 숭숭 쓸어 넣고

다진 마늘을 넣든지 엠에스지를 넣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국물맛이 음미할 만하다.

시원하고 구수하다는 감탄사가 나올 게다. 연식이 좀 되었다는 말이다.

어머니, 엄지척이네요!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인 [김수우]  (0) 2022.05.05
약장수들 [김형수]  (0) 2022.05.05
가짜 [허형만]  (0) 2022.05.05
백조의 호수 [강영은]  (0) 2022.05.05
전염성이 강한 병에 대한 처방전 [신미균]  (0)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