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국 [이상문]
어머니는 삼시 세 끼 배춧국을 끓이셨다 어린 내 손
가락보다 굵은 멸치가 둥둥 떠오르던 된장 배춧국 가
난이 어떤 것인지 모르던 나는 어머니의 고단한 하루
도 모르는 채 반찬 투정을 했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
맛이 어때서 그러냐고 큰 소리 내지 않고 고개를 숙이
셨다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로 정말 시원하다
정말 구수하다를 연발하며 늦어도 한참 뒤늦은 맞장
구를 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내가 이제 늙었다며 자
기는 아직도 고등어자반이 최고란다 정말 나만 늙은
것인지 모르지만 배춧국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의 안부
가 궁금하고 불러보고 싶어 전화를 하는 것이다. 어머
니 어떠세요
-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달아실, 2019
* 국밥집에 가면 첫숟갈에 국물맛을 보게 된다.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음미가 뭔지 모른다.
우러나온다는 게 뭔지 모른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배춧국은 그야말로 건더기라곤 배추 뿐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 풀고 배추 숭숭 쓸어 넣고
다진 마늘을 넣든지 엠에스지를 넣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국물맛이 음미할 만하다.
시원하고 구수하다는 감탄사가 나올 게다. 연식이 좀 되었다는 말이다.
어머니, 엄지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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