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 [서효인]
아침에 이모부가 누운 채 돌아가셨다는 소식 있었
다. 섬에는 다리가 놓였고 바다를 누르던 앞발도 서
럽게 단단하던 갯벌도 천천히 몸을 돌리던 철선도
사라진다. 영구차가 다리를 건넌다. 섬사람이 없는
섬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바다가 다리 밑에서 조용
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이모부는 배 농장을 하던 땅
과 놀던 땅 모두를 농협 조합장 선거에 갈아 넣었다.
이모부는 즙처럼 누워 쓸쓸히 편했고 압해는 바다를
꽉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모는 꽉 눌린 생물이 되
어 압, 압, 울음을 찾는다. 웃는 것일지도. 그녀의 표
정이 바다를 압도하고 있었다.
- 여수, 문학과지성사, 2017
* 압해도에는 핫누님이 사신다.
목포가는 길에 일부러 압해도로 돌아가면서
혹시나 하고 전화드렸다가 하필 그날 손님들이 오신다하여
전화 통화만 하고 뵙지 못했다.(꽤 오래전 얘기다.)
그 먼 신안의 섬에 사시는데 서울 오기도, 부산에 오기도
쉽지 않기에 얼굴 뵙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테다.
두번째 시집을 내신다면 시집 상재를 빙자해서
만남을 가질텐데 시를 쓰고 계신지 모르겠다.
서효인시인은 압해가 바다를 꽉 누르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하늘이 압해를 꽉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납작하게 눌렀을까.
설탕 녹이고 소다 넣어서 엎어놓고 납작하게 누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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