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여태천]
어느 날 문득, 옆집 사는 사람이
손을 잡고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이
스와힐리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뉴스 진행자가
화면 밖으로 기어 나와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하나마나한 소리로
어느 날 문득
외계 생물체가 되어
지구에 도착해
부패한 정치에 분통을 터뜨리며
명절날 전을 부치며
허구한 날 빈속에다 뭔가를 쑤셔 넣으며
이게 다는 아니겠지 그럴 수가 있나, 하고 반복하며
돌아갈 날을 기다리지
하염없이
방아를 찧고 또 찧고
그 힘으로 우주가 돌아가는 거라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어느 날 문득
외계 생물체로 남아
생을 마감하지
눈 내리는 산과 비온 뒤 돋는 들판의 풀들을 보지도 못하고
슬픔의 소화기관처럼
이웃도 가족도 잊은 채
우리가 외계 생물체이므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어느 날 문득
외계 생물체가 되지
* Hakuna Matata는 스와힐리어로 '문제 없다'란 뜻이다.
-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민음사, 2020
* 자연의 한 현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렇다고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자연이 치유시켜 주지는 않는다.
자연은 자연의 일을 할 뿐이다.
친구에게서 반년만에 온 전화를 받고 우리는 무심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 싶다.
아니 잠시 지구가 아닌 외계의 혼자만의 장소에서 지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지나간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또 코로나의 변종이 나타난다면
또다시 외계인으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전에 누렸던 자유와 평화를 기억하며 참 좋은 세상을 살았구나, 감탄하며
지금의 답답한 세상도 그저 견딜만 하구나 생각하면서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어깨 한 번 으쓱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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