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 [김수우]
해운대 샛골목 쪽문 국숫집
퇴색한 신발장에 우묵우묵 구름들 모여 있다
빙하기에서 도착한 길이 낮은 문지방을 넘는 소리
안데스로 떠나는 길이 깨진 탁자를 미는 소리
그 옹글진 파문을 디디고
신발장 위 늙은 난에서 꽃이 피었다
죽은 자들이 우리를 위하여 올리는 향불처럼 희디흰,
맨발들
사박사박, 다시 국수 같은 주술을 낳으시는지
짝사랑, 안녕하다
- 젯밥과 화분, 신생, 2011
* 꽃중에 흰꽃이 가장 예쁘다. 편견일까.
삼년전인가, 키우던 커피나무에서 채취한 커피콩을 싹 틔워
화분을 지인들에게 분양해 주었다.
커피꽃은 흰색이다.
꽃이 피었다고 문자를 주시다니요,이다.
약국안에서 잘 키운, 짝사랑 덕이다.
우리집에는 십일년생, 팔년생, 오년생, 이년생이 살고 있다.
십일년생은 해마다 팔십알에서 백알의 열매를 맺는다.
봄에 많이 피어서 열매를 맺었는데 오늘 보니 여기저기 또 흰꽃을 피웠다.
커피나무가 거실에서 기특하게도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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