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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김안녕]

by joofe 2022. 6. 7.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김안녕]

 

 

 

 

아부지

이제 아무 전화나 받고

공짜로 뭘 준다고 해도 듣지 마세요

, 아부지?

이거 이 년 약정이니까 해지 못 해요

이 년 동안은 무조건 이거 쓰셔야 해요

안 그러면 또 위약금 물어야 돼요

 

그랴 내가 그날 뭐에 씌어서

그런데 내가 이 년은 살 수 있을랑가 모르것다

 

그 대목에 왜 웃음이 났을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새 핸드폰은 갖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실실 웃음이 난다

 

농담과 진담을 구별할 수 없는 날들

 

어제 놓친 버스를 오늘 또 놓친다

 

- 사랑의 근력, 걷는 사람, 2021

 

 

 

 

 

* 어느 가문에서 가훈을 만들려고 좋은 말들을 죄다 끌어 모아

빼고 빼고 빼다가 마지막에 남은 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고 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마시면 돈 들어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공짜로 하나 더 주는 게 아니다.

떡을 입에 물었으니 입 다물고 뒤에 가서 뒷담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떡 하나 값은 하라는 거다.

요즘도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 판매가 극성이다.

라면 한 묶음 주고 마을회관에 몰아넣고 바가지 같은 생활용품으로 환심을 사고 만병통치약을 판다. 노인이야 관절부터 시작해서 어디 안 아픈 구석이 없으니 만병에 좋다고 하면 공짜로 받은 것도 있고 덥석덥석 만병통치약을 산다. 라면도, 바가지도 결코 공짜가 아니고 몇 십 배는 남겨먹는 것이다.

용돈 타 쓰는 노인들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태세다. 또, 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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