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김안녕]
아부지
이제 아무 전화나 받고
공짜로 뭘 준다고 해도 듣지 마세요
예, 아부지?
이거 이 년 약정이니까 해지 못 해요
이 년 동안은 무조건 이거 쓰셔야 해요
안 그러면 또 위약금 물어야 돼요
―그랴 내가 그날 뭐에 씌어서
그런데 내가 이 년은 살 수 있을랑가 모르것다
그 대목에 왜 웃음이 났을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새 핸드폰은 갖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실실 웃음이 난다
농담과 진담을 구별할 수 없는 날들
어제 놓친 버스를 오늘 또 놓친다
- 사랑의 근력, 걷는 사람, 2021
* 어느 가문에서 가훈을 만들려고 좋은 말들을 죄다 끌어 모아
빼고 빼고 빼다가 마지막에 남은 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고 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마시면 돈 들어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공짜로 하나 더 주는 게 아니다.
떡을 입에 물었으니 입 다물고 뒤에 가서 뒷담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떡 하나 값은 하라는 거다.
요즘도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 판매가 극성이다.
라면 한 묶음 주고 마을회관에 몰아넣고 바가지 같은 생활용품으로 환심을 사고 만병통치약을 판다. 노인이야 관절부터 시작해서 어디 안 아픈 구석이 없으니 만병에 좋다고 하면 공짜로 받은 것도 있고 덥석덥석 만병통치약을 산다. 라면도, 바가지도 결코 공짜가 아니고 몇 십 배는 남겨먹는 것이다.
용돈 타 쓰는 노인들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태세다. 또, 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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