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 [박형준]
테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
꽃에서도 테두리를 보고
달에서도 테두리를 보는 사람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
슬퍼하는 상처가 있어야
위로의 노래도 사람에게로 내려올
통로를 알겠지
물건을 사러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안고 있던 여인의 테두리를 보는 것
걸음을 멈추고 흔적을 훔쳐보듯 바라볼 때
여인의 숨내도 함께 흩어져간다
오늘과 같은 밤에는 황금빛 줄무늬를 가진
내 짐승들이
고독을 앓겠지
-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창비,2020
* 386세대.
30대이면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때 민주화의 주역이라 하기도 하고 정치, 사회, 문화, 산업 등에서 젊은 패기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대였고
외국에서도 386 특집을 신문에 낼 정도로 유명한(?) 세대였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때 아버지세대와 학교 선생을 은어로 꼰대라고 불렀었다.
다른 말로는 껍데기라고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386세대가 껍데기도 아니고 테두리도 아니고 꼰대라고 불리우고 있다.
이룬 것도 없고
잘한 것도 없고
물려줄 만한 것도 없고
빚만 잔뜩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세대가 되었으니
줄무늬를 슬퍼할만한 기린이 된 셈이다.
나는 386에서 486이 되고 586이 되고 686이 되었지만
다음 세대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꼰대라고 불러도 할말이 없다.
지금이라도 빚 그만 지게 하고
장유유서나 따지지 말고
세대간의 갈등을 풀게 하고 세대 평등이나 이루는 게 어떨지.
386세대들이여, 정신차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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