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이 [오탁번]
강우식을 보면 오목눈이가 생각난다
젊은 날 다모토리에서 소주 마실 때도
꼭 오목눈이 눈처럼
오목한 눈을 뜨고
빤히 바라보곤 했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상투적인 수사도 때로는 심금을 울린다!)
쭈그렁이 백발로
인사동 술집에서 다시 만났다
그의 빤달빤달한 이마에서
꽁지가 긴 오목눈이 한 마리가
찔레 열매 따먹다가 잽싸게 날아갈 때면
북극 빙하의 얼음빛
무지개도 언뜻 섰다가 진다
가짜가 많은 세상에서
강우식 저혼자
꼭 오목눈이의 눈으로
세상만사 오목오목 노려보고 있다
- 미네르바, 2011년 봄호 / 시안, 이천십삼년 가을호
* 동물을 좋아하는 막내딸은 요즘 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름도 많이 외우고 유튜브를 통해 새의 생김새와 특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새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가까운 산에 가도 흔한 새 말고는 오목눈이를 볼 수가 없다.
정말 눈이 오목한지 알 수 없고 어떤 울음을 우는지도 잘 모르겠다.
긴 꽁지를 가지고 있고 배가 분홍색이라고 하니
혹시라도 산에 갔다가 보게되면 사진이라도 찍어둘 생각이다.
강우식시인이 오목오목한 눈으로 세상을 노려본다니 분한 일이 많은가 보다.
오목눈이를 볼 수 없으면 강우식시인의 시 한편 더 읽어봐야겠다.
오목오목 깊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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