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조경선]
누가 나를 자꾸 지켜봐요
그대가 떠오르는 것은 말의 여진뿐
절절한 기도는 앞만 생각해요
손에 쥐어진 대부분의 말은 한바탕 소란 뒤
달뜬 목소리로 나타나는 눈물주머니,
신기루의 소음들
나는 생방송이 없지만 언제든지 안녕하세요를 들어요
주말에 봄비가 내려요
월요일은 두꺼운 옷을 벗어던지고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문장은 때문에라는 문자로
가로막혀 있어요
나를 가르치는 습관은 튜닝을 몰라
삼거리를 만나면 정신이 혼미해져요
나의 발자국은 금지구역이 필요해요
조금만 더우면 양말을 벗어던져
술 먹는 날은 본능에 충실해요
누가 나를 자꾸 훔쳐봐요
유년으로 돌아가요
연애 따윈 접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나를 돌아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그게 문제야
지금이 좋아요 저렇게 목련꽃 터지는 날
- 개가 물어뜯은 시집, 달아실, 2021
* 이제 누가 나를 훔쳐보는 일은 없을 게다.
뒤태가 섹시하지도 않을 거고
내가 나를 돌아봐도 별 볼 일 없다.
신경 쓰지 않고 살아도 될 때가 되었다.
목련꽃일 때는 아무 생각 없겠지만
땅에 떨어진 꽃일 때는 개코나 아무도 훔쳐보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금지구역을 만들 필요도 없고
훔쳐보든 말든 본능에 충실히 살면 된다.
뒷모습도 앞모습도 상관없이 안녕하자, 되뇌이며 살면 된다.
안녕하지? 주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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