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이 된 밀감 [손한옥]
아버님 기일
진설을 둘러본다
어동육서 좌포우혜 홍동백서 맞고
조율시이 시에 딱 걸렸다
혼망한 물목들
곶감처럼 말라가고
홍시보다 무른 정성 송구하여 읍하는데
막내 시동생 일주향 맑은 음성
응무소주이생기심 나투며
8폭 금강경 병풍으로 나를 둘러 감싼다
- 밀감도 감입니다 형수님!
- 얼음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달아실, 2021
*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제사상에는 영 잼병이다.
가끔 처가에서 제사를 지낼 때 병풍은 쳐주지만
상에 놓는 법을 몰라 참견을 하지 않는다.
동쪽이면 어떻고 서쪽이면 어떠리.
맛있게만 드시고 가시면 될 것을!
사실 드시고 가는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제사 마치고 밥먹는 재미 말고는 세월이 흘러도 제사 지내는 법은 늘 서투르다.
밀감도 감입니다,하고 감 대신 밀감을 놓으면 어떠리.
결국 내가 까먹을 것인데.
오직 마음으로 지내고 내가 까먹는 게 당연한 일이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마리 [장승진] (0) | 2021.10.31 |
---|---|
가여운 거리 [허연] (2) | 2021.10.29 |
마리아를 위한 변명 - 시론 [우대식] (0) | 2021.10.28 |
뒷모습 [조경선] (0) | 2021.10.28 |
생활의 실패 [박용하] (0) | 2021.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