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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곶감이 된 밀감 [손한옥]

by joofe 2021. 10. 29.

곶감이 된 밀감 [손한옥]

 

 

 

 

아버님 기일

진설을 둘러본다

어동육서 좌포우혜 홍동백서 맞고

조율시이 시에 딱 걸렸다

혼망한 물목들

곶감처럼 말라가고

홍시보다 무른 정성 송구하여 읍하는데

 

막내 시동생 일주향 맑은 음성

응무소주이생기심 나투며

8폭 금강경 병풍으로 나를 둘러 감싼다

 

- 밀감도 감입니다 형수님!

 

       - 얼음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달아실, 2021

 

 

 

 

*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제사상에는 영 잼병이다.

가끔 처가에서 제사를 지낼 때 병풍은 쳐주지만 

상에 놓는 법을 몰라 참견을 하지 않는다.

동쪽이면 어떻고 서쪽이면 어떠리.

맛있게만 드시고 가시면 될 것을!

사실 드시고 가는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제사 마치고 밥먹는 재미 말고는 세월이 흘러도 제사 지내는 법은 늘 서투르다.

밀감도 감입니다,하고 감 대신 밀감을 놓으면 어떠리.

결국 내가 까먹을 것인데.

오직 마음으로 지내고 내가 까먹는 게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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