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새 [이명수]
밤새 추위에 떨며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
동이 트면 간밤 일은 까맣게 잊고
햇살에 따라 신나게 놀다가
평생 집을 짓지 못한 새
夜鳴朝笑鳥*
그 새를 찾아 히말라야 설산을 헤맸다
그런 새는 없다
히말라야에서 보지 못한 새를
서해 이작도에서 보았다
25억 1천만 년 된 암석
그 위에 손을 얹자
검은 바위 속에서 새 한 마리가 솟아올라
노을 지는 모래섬 풀등**으로 날아간다
사리 때는 울고 조금 때는 웃는 새
25억 1천만 년 동안 울고 웃었을
滿鳴干笑鳥
히말라야 새와 동족이다
나도 그들과 동족이 아닌가
* 불교설화 속 상상의 새. 후세사람들이 「밤에 울고 아침에 웃는다」는 뜻을 새겨 우화적으로 지은 이름.
** 대이작도 앞바다. 썰물에 드러나고 밀물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거대한 모래톱의 섬.
- 현대시학 2011년 10월호
* 시인 이길원은 "사막을 걷는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집/ 해거름 돌아와 하루를 감사해 하며,/
내일이면 다시는 못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철없는 아이처럼 뛰며/ 살아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라./ 이는 집에 대한 당신의 예의." 라고 노래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집없는 사람에게는 뛸 수도 없고 즐거워할 수도 없으니
먼 나라얘기인 셈이다.
아직도 집을 갖지 못해 월세로 전세로 전전하며 설화속의 새처럼 살고 있는데
요즘 LH공사 직원들이 도시개발 정보를 가지고 마음껏 LH땅은 내것이여!
설화속의 새들을 조롱하고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집을 산다는 것은 정말 악착같아야만 한다.
세상이 그리 만만치는 않기에 夜鳴朝笑鳥가 되어 살고 있다.
제발 모두가 오아시스 같은 집을 한 채씩 가지고 살아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는 세상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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