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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작은 신이 되는 날 [김선우]

by joofe 2021. 11. 15.

작은 신이 되는 날 [김선우]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 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 2021

 

 

 

 

 

 

* 우주로 치자면 인간은 한 점 먼지같은 존재.

하지만 한 점이 한 점을 만나 서로 숨결을 불어넣는 수고를 해준다면

그것이 곧 사랑이고 숭고한 기적일 게다.

인간의 마음에는 신성이라는 게 있어 때로는 누군가에게 신이 되기도 한다.

두손 모아 '감사합니다' 기도하는 것은 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의 신, 즉 나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숨결 불어넣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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