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이 되는 날 [김선우]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 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 2021
* 우주로 치자면 인간은 한 점 먼지같은 존재.
하지만 한 점이 한 점을 만나 서로 숨결을 불어넣는 수고를 해준다면
그것이 곧 사랑이고 숭고한 기적일 게다.
인간의 마음에는 신성이라는 게 있어 때로는 누군가에게 신이 되기도 한다.
두손 모아 '감사합니다' 기도하는 것은 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의 신, 즉 나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숨결 불어넣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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