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안채영]
짠맛들,
물을 마시게 하는 이유라면
봄날의 기슭을 버티고 있는 나무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고 있는 중이다
먼 소식을 찾듯 뿌리들
짭잘한 이유들 쪽으로 뻗어 있었을 것이다
겨울나무들의 단식斷食 혹은 절식絶食 같지만
소금 같은 눈송이들로
바짝 절여진 겨울이었을 것이다
껍질을 벗겨 맛을 보면
쓴맛 단맛 또는 향긋한 맛이 나는 것이
맹맹한 식성이었다는 증거겠지만
기슭이 녹고 몸 털고
꽃피워 짠물 빼는 중이다
언젠가 지하철 계단 참에서 산
두 줄의 김밥이 유독 짭잘했던 이유도
다 기슭을 버틴
겨울의 뒷맛이었기 때문이다
- 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 달아실, 2020
*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꼰대라느니 라떼나 찾는다느니 자신들의 발목을 잡거나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편해하는 심기다.
하지만 자기들 부모에 대해서는 그래도 짠한 마음을 갖는다.
땀이며 눈물 콧물 다 짜내가면서 자식들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인세대가 그나마 일제시대를 걷어내고 육이오의 혼란과 결핍에서
기를 쓰고 짠물을 빨아들이며 오늘을 만들었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유독 짭잘했던 김밥 두 줄로 만들어냈건만 다음세대는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다.
겨울의 뒷맛이 씁쓸해진다.
그럼에도 잊지는 말자. 소금의 힘을, 소금의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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