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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신을 창조해놓고도 [김수우]

by joofe 2021. 12. 21.

신이 뭐 필요해? (배부른 소리)

 

 

신을 창조해놓고도 [김수우]

 

 

 

 

청개구리 두마리 내 방에 찾아든 날

우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죽음은 거미를 닮아 어디서나 집을 짓는 중이다

 

어쩌자고 저 어린 것들 여기 닿았나

화성 탐사를 하듯 망망대해 우주를 건너

내 방으로 들어선 두마리 초록

등이 선득했다

 

순수한 초록은 얼마나 날카로운가

들어온 데로 나가겠지, 외면했다 무서웠다

상추도 뜯다가 개밥도 주다가 하루를 지내고

까무라친 한 놈을 모서리에서 발견했다 빗물에 내놓았다 엉금거렸다

괜히 사진첩 들추던 이틀째

한 놈을 찾았다 빗물에 내놓아도 등이 뻣뻣하다

 

당장 신을 만들었다 신이 필요했다 모래알만 한 기적이 간절했다

기도했다 살려주세요

방 안은 수분 한방울 없는 광막한 사하라

우물을 숨기지 못한 내 영혼이 바삭거린다

죽음은 원래 알몸이어서 어디서나 집을 허물고 만다

 

치명적인 별을 탐사하고 깊은 은하를 건너간 두 우주인

우기였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신을 창조해놓고도

 

나는 또 어느 우주로 돌아갈 것인가

안경 너머가 막막해졌다

 

              - 뿌리주의자, 창비, 2021

 

 

 

 

 

 

 

* 인생이 고해와 같으니 신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생명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것 같아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그것이 목숨을 좌지우지할 때는 신을 찾아 기도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행복하게 사는 인간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아부지가 국왕이어서 잘 살다 죽을 수는 있겠지만

글쎄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게다.

오죽하면 석가가 출가를 해서 스스로 신이 되었을까.

신을 창조해놓고도 사는 게 만만치 않고 막막한 것이니

바삭거리는 영혼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신박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생명의 근원은?

① 바람이다 ② 흙이다 ③ 물이다 ④ 구름이다 ⑤ 사랑이다

촉촉하게 하는 물이다? 아니면 사랑이다? 당신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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