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8 이디오피아 [금시아] 이디오피아 [금시아] 눈雪없는 나라, 이디오피아 눈이 온다 이디오피아 창밖에 펄펄 눈이 온다 하얀 눈과 커피 향 사이 커다란 창문은 열대와 한대의 국경선 커피의 나라 이디오피아에 앉아 뱅쇼를 마신다 빨간 뱅쇼 너머 폭설주의보 공지천은 새빨간 하늘, 새빨간 눈발, 새빨간 세상 빨간 우산 하나 다리를 건너 둥둥 사라진다 빨간 소방차 내달린다 귀청을 찢으며 달려오는 소방차의 텐션 그러나 뒷모습은 틈새도 없는 흰 점들의 회오리 이디오피아, 이디오피아 차가운 손바닥 속의 뱅쇼와 늙은 시간의 어린 낭만이 악수를 건네자 소방차 조용히 귀환하고 빨간 우산이 고양이 걸음으로 되돌아온다 뱅쇼가 투명해지는 동안 허공은 두꺼워지고 공지천은 꽁꽁 얼고 꼼짝없이 침잠하는 오리, 오리들 어떤 국경선은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맞닿을.. 2022. 1. 29. 별자리에 앉아 [서춘기] 별자리에 앉아 [서춘기] 하늘의 안부 궁금해 별마로 천문대에 올라서니 손돌추위 속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좀생이별 몇 천상의 별들도 좋지만 저 아래 눈 덮인 영월읍 골목마다 시린 가슴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별이 되고 별이 되어 꽃숭어리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 얼굴에 대한 기억, 시안, 2010 * 어머니도 궁금하고 친구들도 궁금하고 모두모두 궁금한데 만날 수도 없고 찾아갈 수도 없다. 어쩌다 이런 난리통이 되었을까. 나문희가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고 할 판. 그나마 스마트 폰으로 안부를 겨우 묻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골목마다 시린 가슴들이 이젠 뿔뿔이 흩어져 오백원짜리 동전을 찾고 있다. 참 궁금하다. 그래도 어디선가들 별이 되고 별이 되겠지. 2022. 1. 29. 숨 [이병률] 숨 [이병률] 서로 가까이도 말며 말하지도 말라며 신은 인간에게 채찍 대신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입을 가만히 두라는 뜻이었을까 소리를 들리게 하지도 말며 소리를 내지도 말라며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은 두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서로 얼굴을 비벼도 안 되고 국경은 넘으면 안 되고 잔재미들을 치워놓으라 했다 나눠 먹을 수 없으니 혼자 먹을 쌀을 씻었다 서로 떨어져 있으라는 신호에 재조립해야 하는 건 사랑이었다 마스크 안에서는 동물의 냄새가 났다 어떤 신호 같은 것으로 체한 사람들이 집 바깥으로 나가기를 참아야 했던 시절 몇백 년에 한 번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라고 신이 인간의 입을 막아왔다 계절이 사라진 그해에는 일제히 칠흑 속에 꽃이 피었다 공기에 공기를 섞어봤자 시절은 시들어갔다 사람들.. 2022. 1. 27. 개밥바라기별 [허문영] 개밥바라기별 [허문영] 샛별이라는 예쁜 이름을 놔두고 하필이면 개밥바라기별이라니요 바라기는 사기그릇 그렇다면 개밥바라기는 개밥그릇이라는 뜻인데요 누군가 별을 바라보며 저녁 끼니를 생각했나요 누군가 에둘러 제 밥그릇을 개밥그릇으로 불렀나요 서로 통할 듯 말 듯한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처럼 마음 속에 반짝이는 말 밥이 희망이 되던 시절 어스름처럼 번져오는 허기 별이 되어 서녘 하늘에 떠오르고요 개밥그릇에 담긴 별 내 밥그릇에 담긴 별 새벽녘엔 샛별로 떠서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으면! - 별을 삽질하다, 달아실, 2019 * 허문영시인의 시에는 유난히 별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공기 맑고 물 맑은 곳에 사셨으니 별을 많이 바라볼 수 있었을 테고 별을 유난히 사랑하는 분은 아니었을까. 별을 삽질까지 해가며.. 2022. 1. 27.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7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