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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삼례 오거리 [허림]

by joofe 2022. 1. 27.

 

 

 

삼례 오거리 [허림]

 

 

 

 

전주에서 비빔밥을 먹고 

주인이 맛보라고 권하는 모주도 한 잔하고

달착지근한 겨울 햇살 따라 길을 간다

어디가 어딘지 달리다보니 삼례

길이 많다

길옆 국밥집에 들려 손으로 빚는다는

순대를 달라하고 길을 여쭈니

이리 가면 이리고

저리 가면 전주고

고리 가면 고창이고

그리 가면 금산

여리 가면 여산인디유 얼루 가시는 지유

한자리 비면 저 샥시 강겡에 떨궈주고 가셔유

막차 발세 가버렸다고 저코롬 울상인데

달도 뜨면 긴긴 밤 훤히 가고 남겠시라우

 

               - 이끼, 푸른 문장을 읽다, 지혜, 2013

 

 

 

 

 

* 길은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 등이 있다.

이짝, 저짝, 그짝, 고짝, 여짝......

여짝은 여산이고 충남과 가까워서 이랬시유, 저랬시유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쓰나보다.

강겡도 강경을 말하는 것이니 충청도에 속한다.

강경은 금강을 따라 뱃길이 열려있어 젓갈로 유명하다.

서울로 치면 마포에 해당된다.

강경엔 백년이 훌쩍 넘은 강경상고가 있고 강경상고가 낳은 시인 김관식이 있다.

젓갈 팔라고 주산을 가르치고 전국에 젓갈을 팔았을 테다.

강경에서 논산을 지나고  계룡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대전이 나온다.

대전에는 특이한 거리가 있다.

바로 네거리다. 보통은 사거리라고 하는데 대전은 네거리라고 한다.

대전사람한테 물어도 잘 모른다. 왜 네거리인지.

아마도 죽을 사,자가 들어가서 네거리라고 하는 게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문득 부산에서는 1번 출구에서 만나면 되는데 1번 입구에서 만나자고 하는 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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