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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이디오피아 [금시아]

by joofe 2022. 1. 29.

춘천의 이디오피아 집

 

 

 

 

이디오피아 [금시아]

 

 

 

 

눈雪없는 나라, 이디오피아

 

눈이 온다

이디오피아 창밖에 펄펄 눈이 온다

하얀 눈과 커피 향 사이 커다란 창문은

열대와 한대의 국경선

 

커피의 나라 이디오피아에 앉아

뱅쇼를 마신다

빨간 뱅쇼 너머 폭설주의보 공지천은

새빨간 하늘, 새빨간 눈발, 새빨간 세상

빨간 우산 하나 다리를 건너 둥둥 사라진다

빨간 소방차 내달린다

귀청을 찢으며 달려오는 소방차의 텐션

그러나 뒷모습은

틈새도 없는 흰 점들의 회오리

 

이디오피아, 이디오피아

차가운 손바닥 속의 뱅쇼와

늙은 시간의 어린 낭만이 악수를 건네자

소방차 조용히 귀환하고

빨간 우산이 고양이 걸음으로 되돌아온다

뱅쇼가 투명해지는 동안

허공은 두꺼워지고 공지천은 꽁꽁 얼고

꼼짝없이 침잠하는 오리, 오리들

어떤 국경선은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맞닿을 수 있어

이디오피아에 폭설이 내리는데

하양과 빨강은

얼음 호수에서 눈뜨는 이방 영혼들의 겨울 제의祭儀,

 

눈雪없는 나라, 이디오피아에

펄펄 눈이 온다

 

             - 입술을 줍다, 달아실, 2020

 

 

 

* 커피의 원산지는? 이디오피아.

라떼는 세대들만 아는, 애인과 헤어지려면 가는 곳은? 덕수궁 돌담길 아니면 춘천의 이디오피아.

이디오피아 커피 두가지 대라면? 예가체프, 아니면 시다모

이디오피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육이오 참전국인데 참전용사들은 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

 

눈없는 나라, 이디오피아가 춘천에 있고

그곳은 드립커피를 팔까? 안 팔까? 궁금하다는.

갑자기 뱅쇼는 왜 거기서 나와?

우리는 한 끼 값으로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콩 팔아도 가난한 이디오피아는

여전히 궁핍하다니 언제쯤 참전용사들의 자녀들이 커피콩 팔아 잘 살런지 걱정, 또 걱정.

 

날 잡아서 이디오피아에 가서 뱅쇼 아닌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한 잔 따뜻하게 마셔야겠다.

눈없는 나라, 이디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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