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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낙타가 되는 법 [강기원]

by joofe 2022. 2. 1.

 

 

 

낙타가 되는 법 [강기원]

 

 

 

 

태산을 삼킨 자

 

태양에 맞서 고개를 들 것

뒤돌아서지 않을 것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최대한 차가워질 것

 

친구를 포기할 것

 

누명에 익숙해질 것

 

펭귄의 시절을 기억할 것

모래 폭풍의 지도 속에서 대양의 지도를 읽을 것

 

하루치 양식으로 새벽노을 마신 후

 

살구 씨 몸 깊이 박고 

없는 길을 떠날 것

그리고

.

.

.

울지 않을 것

다만 묵묵할 것

 

          - 지중해의 피, 민음사, 2015

 

 

 

 

 

 

*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지극히 싫어하는 노래가사지만 군사정권하에서도 하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공정할 건 공정했고 부지런하면 돈을 벌었다.

대학을 가고 싶으면 어떻게든 진학해서 학업을 마치고 그럭저럭 교사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원하는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

지금 시절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좋은 환경임에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없고 뜻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가 없다.

지금은 대학을 4년 다니지 않는다.

6년을 다녀도 대학문을 나서면 9급 공무원도 되기 힘들다.

모두 낙타가 되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삼포세대가 되어야 한다.

영끌로 아파트 산 건 포기하고 빚부터 갚아야 한다.

주식해서 돈 벌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하니 쪽박 차게 생겼다.

도대체가 펭귄이 되어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야할 판이다.

잘하면 청년들에게 백만원씩 무상으로 주는 시대가 온다고 유엔이 예측하고 있으니

그때까지 그냥저냥 견뎌야할 판이다.

모두 낙타가 되어야 하는 시대를 살게 생겼다.

 

은혜로운(?) 세상이 곧 오게 생겼다. 

울지도 말라니 비극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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