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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망원동 [손택수]

by joofe 2022. 2. 1.

요 사진은 옛날 사진. 지금은 마포구 포은로 67에 가게가 있다.

 

 

 

 

망원동 [손택수]

 

 

 

 

도라지 속살은 막 퍼올린 찬물 빛이다

역 귀퉁이 쓸모없어진 전화 부스 옆에서

하루종일 도라지 껍질을 벗기던 노인

도려낸 상처 위로 끼치던

그 정갈한 향을 나는 얼마나 좋아하였던지

코끝에 심심산골을 옮겨온 듯

시장 귀퉁이 들끓는 소음 먼지 속에

그저 정물처럼 묵묵히 앉아 있었다

지상에 와서 아까운 몇 가지를 뽑으라면 십년 넘게

내 귀갓길을 지켜준 노인의 도라지를 빠뜨릴 수 없으리라

껍질을 벗기는 일이 우물을 푸는 일이라

바가지 가득 넘실넘실 길어올리는 일이라

먼지잼처럼 지나가던 망원,

돌아와 보니 그곳이 가장 먼 곳이었네

 

                    -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창비, 2020

 

 

 

 

* 하늘이 멀어서, 희망이 멀어서, 사는 일이 너무 멀어서

그래서 망원동일까.

아니면 멀리 있는 희망을 보려고 망원동일까.

멀리 있는 희망을 보려면 망원경이 필요한데

망원경을 하나 사야 하나.

망원동에 사는 사람은 멀리 있는 희망을 보며 사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윤관영시인이 부대찌개집을 하는 망원동이다.

가본지도 오래 되어 가물가물하다.

너무 멀지만 가보고 싶은 희망으로 망원동,망원동 노래를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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