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처럼 [김행숙]
말에 음악을 입혔네, 음악에 말을 입혔지
한 몸이 되어 흘렀어
모든 것이 가능해질 것 같았어
노랫말처럼 나는 네게로 흘러갔으면 좋겠어
잠 없이 꿈꾸다가 문득,
짧은 노랫말처럼 내가 멈추는 곳, 그곳은 어딜까
꿈에서 깨면 왜 슬플까
새는 깃털을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르지
여름날 누구의 부채 속에서 어떤 바람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지
흘러갔다 돌아오지 못한 것들이 있었어
나는 내가 다른 곳에서 흘러왔다고 생각해
생각에는 주인이 없지
문을 다 열어놓고 있었지
-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문학과지성사, 2020
* 얼마전 비긴어게인 버스킹에서 어린 가수들이 god의 길,이란 노래를 불렀다.
노랫말이란 게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앞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수도 있을 게다.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노래를 듣는 청중에게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 하고 돌아보게 한다.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걸어가고 있네"
그냥 들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가사지만 생각에 잠겨 들으면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파게 되고 그래서 눈물이 날 수 있다.
어린 가수들이 노래할 때 청중들이 같이 눈가에 촉촉한 슬픔이 깃드는 걸 보고
아,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구나, 싶다.
"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꿈을 이루고 웃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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