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의자 [김수우]
네 개 무릎을 세우고 네 개 튼튼한 발목을 갖고
낙타를 닮아갑니다
기다리다, 기다림에 무심하다, 제풀에 종점을 밀고 가는
낮달을 따라갑니다
아무데나 놓여도 숲이 되고 누가 앉아도 크낙새일 수 있도록
극락전을 키웁니다
빛의 발톱에 긁힐 때마다 옹이는 핏줄 선명한 귀가 됩니다
그리워합니다
나뭇가지였을 때 바라보던
저 사람
- 젯밥과 화분, 신생, 2011
* 161번 버스종점.
지금은 그런 번호가 없지만 내가 어릴 때 161번 버스가 있었다.
장위동에서 연신내까지 운행했던 것.
나는 종점에 살았지만 실은 시작점이라 생각했다.
장위동에서 출발한 버스가 연신내에서 유턴해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버스종점이라 불렀다.
나뭇가지였던 저 사람은 어디선가 유턴해서
네발 달린 낙타같은 의자가 되어 누군가가 유턴해서 자기를 찾을 거라며
기다리고, 기다림에 무심하며 낮달과 놀고 있을까.
이미 극락전이 되어버린 저 종점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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