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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무갑사 바람꽃 [류병구]

by joofe 2022. 2. 26.

자타가 공인하는 바람꽃, 너도바람꽃

 

 

 

무갑사 바람꽃 [류병구]

 

 

 

 

 

무갑사 뒷골짝,

 

그늘볕을 쬐던 어린 꽃

가는 바람 지나가자

여린 목을 연신 꾸벅댄다

 

전등선원 동명스님은

깜빡 졸음도 수행이라 했다

 

꽃도

절밥을 하도 먹어

그 정도는 알아듣는다

 

요새

무갑산엔

허물 벗은 봄이 바람이고,

바람이 꽃이다

 

    - 달빛 한 줌, 시각과 언어, 2015

 

 

 

 

 

 

* 박제영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3,4월엔 너도바람꽃이 피고

5,6월엔 나도바람꽃이 핀다 했다.

무갑사에 피는 저 꽃은 너도바람꽃이라는 게다.

스님의 말씀은 깜빡 졸음도 수행이라 하였으니

봄볕에 졸아도 용서가 된다는, 자비의 말씀이다.

너도바람꽃이 눈치채고 깜빡깜빡 마구마구 조는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나도바람꽃이 더워서, 너무너무 더워서

아무 그늘에서나 정신줄 놓고 졸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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