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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The Sixth Sense [신미균]

by joofe 2022. 3. 10.

 

 

 

 

 

The Sixth Sense [신미균]

 

 

 

 

구름을 시켜 먹는데

엄마가 오빠 접시에는 세 조각

내 접시에는 한 조각만 준다

 

화가 나서 먹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아무도 나한테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아작 피클 씹는 소리랑

콜라 따르는 소리도 들린다

 

조금 있다가

오빠가 트림을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

엄마가 그릇 치우는 소리

아빠가 베란다 문 여닫는 소리

 

오십여 년 전

그 소리들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지금도 그때처럼 나 빼놓고

자기들끼리 하늘에서

맛있게 놀면서

 

내가 불러온

구름을 조각내서 먹고 있다

 

           -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파란, 2020

 

 

 

 

 

 

* 형제든 남매든 자라면서 공평하지 않았던 일은 오래 기억에 남아있고 마음 속에 담아둔다.

어느날 갑자기 불만스러운 게 있을 때 기회는 요때다, 툭 튀어나오는 사십년전 앙금.

그 폭발력이 무섭다.

- 언니랑 막내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나는 안 가르쳐 줬잖아!

- 오빠랑 언니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시키고 나는 안 시켰잖아!

수십년이 지나서 과거가 드러날 때 부모는 미안한 마음 가득할 게다.

공평함은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평하도록 노력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