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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회양목 꽃을 만난 밤 [유승도]

by joofe 2022. 3. 10.

  거의 낮달 수준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

                                                                      

 

 

 

 

회양목 꽃을 만난 밤 [유승도]

 

 

 

 

삐― 삐―

골짜기 쪽에서 우는 소리에

비― 비―

등성이 쪽에서 화답하는 소리에

얹혀서 들려오는 물소리 산 아래 마을의 닭 울음소리

 

그런데 흐흠, 달큰한 향내 또한 실려온다

 

향이 번져 오는 곳을 손전등으로 비추니

잎 사이사이에 잎보다는 좀 옅은 색으로 드러나지 않게 회양목 꽃이 피었다

낮에도 보지 못하다가 어둠이 짙어져서야 보았으니

 

오늘은 호랑지빠귀 붉은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

 

              - 사람도 흐른다, 달을 쏘다, 2020

 

 

 

 

 

 

 

* 회양목은 화단의 경계로 많이 심는 것인데

사람들은 꽃이 핀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꽃이라기보다는 잎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어서

회양목꽃이 피면 벌들이 겨울잠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나고

미친듯이 꽃냄새를 따라 찾아와 잉잉거린다.

꿀 빠는 모습도 미친듯!이다.

겨우내 얼마나 그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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