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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중심에 관해 [허연]

by joofe 2021. 10. 7.

중심에 관해 [허연]

 

 

 

 

중심을 잃는다는 것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회전목마가

꿈과 꿈이 아닌 것을 모두 싣고

진공으로 사라진다는 것

 

중심이 날 떠날 수도 있다는 것

살면서

가장 막막한 일이다

 

어지러운 병에 걸리고서야

중심이 뭔지 알았다

 

중심이 흔들리니

시도 혼도 다 흔들리고

그리움도 원망도 다 흔들리고

새벽에 일어나 

냉장고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그동안 내게도 중심이 있어서

시소처럼 살았지만

튕겨나가지 않았었구나

 

중심을 무시했었다

귀하지 않았고 거추장스러웠다

중심이 없어야 한없이 날아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알겠다

중심이 있어

날아오르고, 흐르고, 떠날 수 있었던 거구나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사, 2020

 

 

 

 

* 늘 중심을 잡고 살았었으니까 중심을 잃었을 때

막막함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막상 중심을 잃고 나니, 아! 중심을 잡고 살았던 것을 고마워해야 했구나,를 깨닫게 된다.

마음 한 가운데에는 중심이 자리잡고 있어 무슨 일을 해도 흔들린 적이 없고

확고했었다.

인생은 때로 중심을 잃을 때가 있는 법,

잠깐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자가치유에 의해 다시금 중심을 찾을 거라고 믿는다.

어떤 회사의 사훈이 일심一心,중심中心,합심合心이었는데

나는 늘 그 회사의 사훈을 가슴에 품고 살았었다.

늘 변함 없고 치우침이 없으며 포용하며 합을 이루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었다.

다시 중심을 잡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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