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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유목민의 눈 [김형술]

by joofe 2021. 10. 8.

유목민의 눈 [김형술]

 

 

 

 

평원의 사람들은 멀리 본다

거침없이 먼 지평선이 지척이다

 

구름의 속도

비상하는 매의 숨겨진 발톱

초원에 갓 핀 꽃잎 속 이슬 한 방울이

그들 눈 속에 있지만

 

그것은 시력이 아니다

 

발 닿는 곳 모두 길이자

머무는 곳 모두 집으로 가진

무심 무욕

선한 영혼의 힘

 

아무것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을 낳아 방목하는 

천진한 힘으로

천 리 밖 비를 헤아리고

만 리 밖 별을 읽는

 

아득히 푸른 저 유목민의 눈

 

       - 스미다, 김수우 엮음, 2016

 

 

 

 

 

 

 

 

* 오랜만에 안경알을 바꾸려고 단골 안경점을 갔다.

- 오랜만에 오셨네요, 사년만이예요.

대개 이년에 한번 들러 알을 바꾸거나 안경테를 바꾸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요즘 눈이 침침해져서 사년만에 들렀다.

그새 시력이 저하되어 왼쪽 눈의 시력이 영점 이가 낮아졌다.

안경테는 사년을 썼는데도 멀쩡해서 알만 새것으로 바꾸었다.

그젠가 밤하늘이 맑아서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았더니

별들이 반짝반짝하는 거였다.

오, 이렇게 빛나는 별들이 그동안 눈에 들지 않았다니!

잠깐 유목민의 눈이 되어 선한 영혼, 천진한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이제 가을꽃들이 본격적으로 피었을텐데

무심무욕으로 핀 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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