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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뒷편 [천양희]

by joofe 2021. 10. 9.

뒷편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뒷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뒷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뒷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다, 한국시인회편, 2004

 

 

 

 

 

* 자주 가는 절에는 까만 기왓장에, 혹은 리본에 소원이 적혀져 있다.

대개는 가정이 행복해지길 빌거나 건강을 빌거나 자녀의 학업성취 등이 적혀져 있다.

성당에서야 기도를 하면 성모 마리아가 들어주거나 하느님이 들어줄 테니 굳이 적을 필요는 없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저 뒷편에서 기도를 하거나 기왓장에 소원을 써놓는다고 생각해보라.

그 기도와 소원을 비는 일이 없었다면 나의 생에 지금의 곡선이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기도해 주고 격려해 주고 생각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 테다.

입술로 기도해 주는 그 사랑과

손으로 소원을 써놓는 그 사랑이

이 땅과 하늘에 가득하니 우리는 화려한 앞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다.

비록 넘어지고 깨지고 상처가 있더라도

화려한 앞모습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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