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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팽나무 [신미균]

by joofe 2022. 5. 19.

고창 수동리 팽나무

 

 

 

 

 

팽나무 [신미균]

 

 

 

 

팽나무 속에는

귀가 있나봅니다

새터말 아주머니가

웃말 아저씨가

무속인 박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자질구레한 근심들을 털어놓으면

알았다는 듯

나뭇잎 몇 개를 떨어뜨려 줍니다

듣고도 못 들은 체

알고도 모르는 체

그렇게 몇 백 년

자기 얘기는 한번도 못하고

사람들의 근심에 귀기울이다보니

나뭇가지들이 많이도

구불구불해졌습니다

그 속내는

온몸이 쭈글쭈글해진

우리 증조 할머니가

아실 것 같습니다

 

           - 맨홀과 토마토케첩, 천년의시작, 2003

 

 

 

 

* 물미해안의 도로를 드라이브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건리에서 시작해서 미조항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물건리에는 방조 어부림이라는 곳이 있고 수백년 된 나무들이 아름답게 모여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팽나무이다.
산책 나온 모든이들의 사연을 수백년 듣고 살았지만 한마디도 옮기지 않는 기특한 나무이다.
팽나무 앞에서 여러분의 증조할머니가 손주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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