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이상문]
고작, 혼자서는 넓은 안마당이 쓸쓸했을까
사랑채 뜰 위에 슬그머니 들어선 대파 한 뿌리
봄내 모른 척했더니 불쑥 꽃을 피웠다
낯선 풍경이 절경을 이룬 벼랑에
간절함이 세운 집 한 채
떠밀려본 사람들은 안다
밀릴수록 사소한 것에도 목숨 거는 억척이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하는 법인데
가끔 튀어 오르는 낙숫물에도 손을 벌렸을 저 가난이
어떻게 텅 빈 속을 감추고 일가를 지켰을까
모질지 못해 떠돌았을 생인데
파꽃보다 많은 말꽃을 피우는 툇마루에
제 몸 다 비워 핀 노인들
멀리 있는 아이들도 불러오고
꺾어진 시절도 끄집어내는
파안일소破顔一笑,
아린 바람 냄새로 풀풀 흩어지던 웃음들이
집 안에 든 미물도 함부로 내치는 게 아니라는
오래된 이야기로 다시 저녁 바람벽에 못을 박는다
서로를 다독거리다
바람 든 무릎을 콩콩거리며 나서는 이웃들
쥐똥나무로 담장을 두른 문간에서
나는 중세의 문지기처럼 서성거렸다
안마당이 파꽃처럼 피어나는 저녁을
-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달아실, 2019
* 화분을 키우다보면 잡초들이 무성하다.
늬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내가 뽑지 않으마.
물론 본말이 전도되어 잡초가 너무 무성하여 본래의 화분을 차지하던 식물이 가려지면
쑥 뽑아버리긴 한다.
가끔 잎을 따먹는 스테비아 화분의 잡초가 그랬다.
큰놈을 뽑아도 다시 또 나온다.
아뭏든 화분에 든 잡초는 함부로 내치지 않는다.
그런데 삼,사년 키운 장미화분에 거미줄 치는 벌레가 번성했다.
이놈들이 이웃화분인 노니화분에 번져 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노니에는 벌레가 사라졌는데 장미화분은 영하 오도에서도 죽지 않고 더욱 번성중이다.
결국 오늘아침 밑둥까지 잘라버렸다.
어딘가 알을 슬어놨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내년 봄에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나무화분에는 쌀뜨물을 주는데 가끔 귀리가 딸려나가 싹이 나곤 한다.
이놈은 잡초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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