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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중심 잡기 [조온윤]

by joofe 2022. 6. 10.

 

 

 

 

 

중심 잡기 [조온윤]

 

 

 

 

천사는 언제나 맨발이라서

젖은 땅에는 함부로 발을 딛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게 믿었던 나는 찬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했다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걸을 땐 벨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마음이 되며

 

도무지 인간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인간을 위할 줄도 아는 것

혹은

 

자기 희생

거기까지 가닿을 순 없더라도

 

내가 믿는 신이

넘어지는 나를 붙잡아줄 것처럼

눈 감고 길 걸어보기

헛디디게 되더라도

누구의 탓이라고도 생각 않기······

 

그런데 

새벽에 비가 왔었나요?

 

눈을 떠보니 곁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고

겨드랑이가 따뜻했던 이유는

그들의 손이 거기 있었기 때문

 

나는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랜 동면 끝에 지구로 돌아온

우주비행사처럼 묻는다

 

광적응이 덜 끝난 두 눈에

표정은 안 보이고

고개만 휘휘 젓는다

 

가끔씩 

나는 나의 고도가 헷갈리고

 

사람들도 몰래

사람들의 발이

젖어있곤 했다

 

          - 햇볕 쬐기, 창비, 2022

 

 

 

 

* 매일 햇볕을 쬐는 것은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이고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은 인간적인 마음이 열릴 수 있다는 거다.

열린 마음으로 주변인들에게 인사를 먼저 하거나 먼저 인사하는 이에게 응대의 인사를 하는 것,

그것은 인간적인 마음이다.

가끔 뉴스에서는 지나가던 행인이 차에 치여 차 밑에 깔렸을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들썩들썩 들어올려 차에 치인 행인을 구해주는 장면을 보게 된다.

혹은 산불이 나서 이재민이 된 분들에게 온정의 성금을 보내는 무명의 주변인들의 선행을 알게 된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꼭 천사가 아니어도 주변인이 어려울 때 발벗고 나서서 도움을 준다.

아마 햇볕을 쬐는데 소홀했던 사람은 도움 주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게다.

따뜻한 마음은 평소 햇볕을 많이 쬐고 주변인들과 보이지 않게 주고받는 교감을 훈련해야 가능한 일이다.

햇볕을 많이 쬐고 많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는 따뜻한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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