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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울지 마, 우는 건 나야 [박노식]

by joofe 2022. 6. 23.

흰머리 소녀님들

 

 

울지 마, 우는 건 나야 [박노식]

 

 

 

 

  어린 산새가 조용히 마당을 지나가는 날은 왜 하늘이

무겁고 바람이 자주 부는지 모르겠다

 

  아직 세월이 닿지 않은 저 눈빛과

  주린 배를 채우려는 저 작은 부리를 보면

  나의 맑고 순한 사색도 부질없다

 

  사평 장날, 쓸쓸히 앉아 마늘 종자를 팔던 한 소녀에게

왜 혼자 나왔느냐 물었지만,

 

  ˙ ˙ ˙ ˙ ˙ ˙

 

  내 눈 속에서 고개 숙인 소녀는 울먹이고

  당황한 나는 속으로 말했다

  "울지 마, 우는 건 나야"*

 

* TV 인간극장에서 방송된 '봄비'의 가수 박인수의 대사 중에서

 

              - 마음 밖의 풍경, 달아실, 2022

 

 

 

 

 

 

 

* 장날에 나가보면 누렇게 시든 호박잎을 파는 할머니도 있고

예쁘지 않은 풋고추를 파는 아주머니도 있다.

이것 저것 팔아주고픈 마음인데 그 옆에 소녀가 마늘 종자를 팔고 있다면 

이것을 사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생길 것 같다.

(마늘 종자로 무엇을 할수 있을까......)

 

얼마 전 장날에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눈에 띄어 가지 모종을 네개를 샀다.

가지꽃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한데 화분에서 키우는데다 베란다에서는 영 자라질 않는다.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힘을 내보시길 바라면서 몇날며칠 가지꽃을 바라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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