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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스산 감자 [구수영]

by joofe 2022. 6. 24.

 

 

 

 

스산 감자 [구수영]

 

 

 

 

서산 사는 지인에게 감자 한 상자를 주문했더니

스산 감자가 왔다 스산 스산 몇 번이고 말하는데

입에 착착 감기는 스산 감자

지난해 오월이었던가 그녀 음니 부고를 받고

갔던 스산, 마애 삼존불상이

얼뜨기 천주교 신자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삼거리

까막 치마저고리에 화장기 없는 그녀

나는 이제 고아가 되었네

나는 이제 고아가 되었어

하얀 감자꽃 꽃 내 은은하던 오월이었다

스산 감자 몇 개 꺼내 삶는다 가장 순도 높은 온도에서

마침내 몸을 터트려 적멸에 든 하지감자

포실포실한 속살에 굵은 소금을 살작 찍으면

그 찰진 식감이 가슴 아린

 

             - 흙의 연대기, 실천, 2021

 

 

 

 

* 서산이라고 쓰고 스산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다.

스산 스산...

대개 학암포를 가거나 천리포수목원을 갈때는 서산을 지나가게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서산에서 들러가는 곳이 딱 두군데다.

하나는 '커피 린'. 드립커피를 잘 내리는 집이다.

또 하나는 '소박한 밥상'이다. 정갈한 음식을 정말 소박하게 내오는 집이다.

그런 스산을 지나치려면 길가에 육쪽마늘을 팔곤 하였다.

그래서 스산하면 아,육쪽마늘이 떠오른다.

감자가 포슬포슬한지는 이제 알았으니 학암포 가는 길 있으면 감자를 사봐야겠다.

서산을 스산이라고 하면 커피도 크피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