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데초이Salon de the A'de Choi [최삼용]
향기를 위하여 커피가 있고
휴식을 위하여 쉼터가 있어야 한다면 오세요
분위기는 좋지만 그대들 사이만큼 좋지 않고
커피는 뜨겁지만
그대들 사랑만큼 뜨겁지는 않을게요
파스텔 톤이지만 차가운 파랑과 정열의 빨강이
대비색이지만 묘하게 어울리고
세월이 눌러앉은 먼지 낀 음악 앞에서
갯바람 버무린 빵과 진한 커피가 익고 있어요
그러나 커피 향이 빵 냄새보다 좋고
입구를 지키는 꽃향기보다 갯내가 좋다면
샹들리에 불빛이 당돌하게 투신하는 여기
오선지에 올리지 못한 파도의 음표 몇 개쯤 걷어
1분 동안 33과 3분의 1회전 하는 턴테이블에 얹어두고
음악보다 더 음악 같은 해조음에 귀를 열게요
아! 분위기에 취하는 이 심미적 황홀!
- 그날 만난 봄 바다, 그루, 2022
* 시만 읽을 때는 그냥 최삼용시인이 자주 가고, 그래서 주인장과 정이 들어 그냥 한번 쓴 시였겠다 생각했다.
어제 시집상재를 축하하는 모임을 가졌고 까삐딴님 서재에서 문학, 역사, 커피 등등을 이야기 나누고
국제시장, 깡통시장을 투어하다가 내친 김에 죽성으로 내달리고 바다 한켠에서 달달한 붕장어를 먹고는
시에 나오는 아데초이를 가게 되었다.
딱 들어서자마자 시 한구절 한구절이 눈에 확 들어왔다.
입구를 지키는 꽃향기, 샹들리에 불빛, 파스텔 톤의 빨간 벽면과 파란 천장, 그리고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커다란 스피커...
서울에서 내려간 회원들이 기차시간이 빠듯해서 드립커피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메리카노로 대신했다.
커피향이 괜찮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고급스런 커피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
한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와서 보고 듣고 향기를 맡아보아야 한다. 오감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데초이에서 두어시간 느긋하게 앉아 드립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빵도 먹어봐야 한다.
사족이지만 이 시를 다래투님이 아데초이에서 음주낭송을 했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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