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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육탁 [배한봉]

by joofe 2022. 6. 28.

 

 

 

육탁 [배한봉]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

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

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

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

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

려서 불빛을 흘릴 것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

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 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

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

 

               - 육탁, 여우난골, 2022

 

 

 

 

* 산다는 건 고행이다.

수행하는 것과 같다.

목탁의 원형은 목어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둥글게 둥글게 되었다.

목탁을 두드리며 기도하고 염불하고 수행한다.

인간이 물고기처럼 온몸으로 파닥거리며 바닥을 치고 목탁 두드리듯 수행하며 살고 있다.

고해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인 것이다.

목탁 두드리듯 온몸을 두드리니 이게 육탁이다.

육탁을 많이 두드리면 다음 생에서는 평안을 얻을까.

생의 바닥에서는 늘 아프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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