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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망원 [김안녕]

by joofe 2022. 7. 5.

망원시장에서 만원의 행복, 망원의 평안!

 

 

 

 

 

 

망원 [김안녕]

 

 

 

 

망원, 망원은

희망보단 원망하는 마음들이 모여 사는 마을 같다

퇴근할 때 그런 마음은 더해지고

 

시를 써야 할 텐데

못 쓴 날들이 얼마나 되었지,

어쩔 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 끼니로 순대 일 인분을 산다

―내장 넣어 드려요?

―간만 빼고 주세요

―간만 달라는 분도 있고 간만 빼고 달라는 분도 있고 다 달라요

 

마스크 밖으로 웃음이 삐져나오고

푸드트럭 사장님은 길바닥에 사는 현자구나

희멀건 허공 간질이듯 내장 냄새 피어오른다

 

―멀리 가요?

―예, 멀리 갑니다

 

순대는 비닐에 한 번 담기고

신문지에 돌돌 말려 사각 보따리가 된다

 

―이렇게 싸면 식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요

 

나는 정말 멀리 가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태릉행 전철을 탄다

식지 않는 순대가

식지 않을 심장처럼

동행한다

 

기꺼이

꺼이꺼이

 

           - 사랑의 근력, 걷는 사람, 2021

 

 

 

 

 

 

 

 

* 서울 치고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망원동이다.

희망이 멀어지는 동네도 아니고 희망이 원망보다 작은 동네도 아니다.

늘 시장은 복작거리고 시장통에서 칼국수 한 그릇하려면 줄 서듯 해야하는 곳.

윤관영시인이 부대찌개 팔아서 얼마나 남는지 모르지만 

라면은 무한리필이고 밥도 큰 밥통에서 맘껏 퍼다먹어도 된다.

바라고 원하는 만큼 퍼먹을 수 있으니 배고픈 청년들이 가기에는 딱이겠다.

다행히 애인을 동행해서 거리를 채우는 청년들이라 잘 하면 미래가 보인다.

연애 잘 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고 대한민국을 이어가면 좋겠다.

순대 1인분을 파는 푸드트럭 사장님은 현자이기도 하고 배려가 넘치는 분이다.

그만큼 사람 사는 동네가 바로 망원이라는 말 같다.

뭐든 싸게, 많이 주는 동네이니 희망도 크낙, 소원도 크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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