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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외출 [고민형]

by joofe 2022. 7. 10.

 

 

 

외출 [고민형]

 

 

 

 

  그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활짝 웃으며 답답했다고 이렇

게 나오니 좋다고 했다. 이제 자기 기분을 말해줄 수 있다

고. 그는 하고 싶던 얘기를 다 털어놨다. 자기는 웃고 싶었

고, 울고 싶었는데 얼굴은 가면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똑

바로 서 있다가도 온몸이 쿵쿵 뛰었고, 하고 싶은 말을 하

면 입에서 건전지 좋아하냐는 말과 건전지의 수백 가지 종

류와 수만 가지 상표 이야기가 나왔으며, 무엇보다 친구의

물건을 뺏거나 친구를 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나는 그랬냐

고 그래도 이렇게 네가 나오니 참 좋다고 했다. 우리는 동

산을 걸었다. 나는 튤립이 그는 패랭이꽃이 보고 싶었는데

그대로 두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강물을 떠다 마시면 입

안에 달콤한 향이 남아 꿈만 같았다. 이렇게 좋은 데를 걸

으니 참 좋다, 참 좋다, 이런 얘기를 했다. 그는 학교로 나

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뒤돌아 가 그를 붙잡았

다. 그가 나를 쳐다봤다. 혹시 건전지 좋아하냐고 내가 물

었다. 그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 아침달, 2022

 

 

 

 

 

 

* 그는 학생이면서 내담자이고, 나는 선생님이면서 상담가인 듯 하다.

학생은 친구의 물건을 뺏고 때린 것 같다.

뜬금없이 건전지에 대해 얘기를 했고 같은 생각 혹은 같은 마음이 되었다.

얘기도 참 좋았고 마음에 있는 고민도 생각도  말했다.

보고 싶은 꽃도 피어 있었고 달콤한 향까지 꿈만 같았다.

참 좋다, 참 좋다, 이런 얘기를 했을 뿐인데 

헤어질 때는 건전지 좋아하냐고 물으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질화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한마음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상담은 단박에 성공적인 것 같다.

아직 끝난 건 아니겠지만 마음문은 열린 것이니 다행이다.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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