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지다 [오봉옥]
어둑발 내리고 또 혼자 남아 내 몸을 가만히 만져보네. 얼
마만인가. 내가 내 몸을 만져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그래,
기계처럼 살아왔으니 고장이 날 만도 하지. 기름칠 한번 없이
돌리기만 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이제 와서 닦고 조이고 기
름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내 몸 곳곳의 나사들은 붉은 눈
물을 줄줄 흘릴 뿐이네. 필사의 버티기는 이제 그만, 급기야
나사 하나를 바꿔볼까 궁리하네. 나사 하나쯤 중국산이나 베
트남산이면 어때, 벼락 맞을 생각을 하기도 하네. 어둠 속에서
난 싸늘하게 굳은 나사 하나를 자꾸만 만져보네.
- 나를 만지다, 은행나무, 2015
* 배가 아프면 배를 만지고, 머리가 아프면 이마를 만진다.
대개는 아픈 곳에 무의식 상태로 손이 간다.
한때 운전하는 중에 한 손이 목을 만질 때마다 친구가 왜 목을 만지냐고 물었다.
그랬나? 왜 만졌지? 했는데 나중에 보니 갑상선이 조금 부었다.
병원에 가보니 물이 찼다고 주사바늘로 썩션을 하니 말짱해졌다.
아프면 손이 아픈 곳으로 가는구나. 신기했다.
요즘은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종종 만지고 있다.
오년전인가 축구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져 중고(?)로 교체하고 티타늄 볼트로 고정을 시켰다.
가끔 무릎을 살살 만지게 된다.
왼쪽 무릎이 왜 난 안만져요?라고 항의 할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아픈 곳으로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는 것은 그 쪽이 아프다는 것이니
잘 만져주고 낫도록 해야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니 만져줘야할 곳도 많아진다.
발바닥, 발목, 종아리, 허리, 어깨 ......
머리 어깨 무릎(허리)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허리) 귀 코 귀! 뭐 이런 노래도 있으니 노래에 맞춰 잘 주물러 주자.
주물주물 문질문질 내 손이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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