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송종규]
아주 잠시 다섯 시에 머물다가 흘러가는 손처럼
빨간 사과가 허공에 획을 그으며 실려 나간다
당신이란 결국 한 컷의 허구였던 것
당신이란 결국 한 생애의 불편하고 낡은 의자였던 것
손뼉을 치거나 머리핀을 꽂을 때마다 자욱하던 빛들의
막무가내를
한 날의 어느 페이지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캄캄한 생
의 안팎
아주 잠시 여섯 시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어깨처럼
유리창을 구기며 물의 발굽들이 흘러내린다
- 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 민음사, 2015
* 요즘은 줄임말이 너무 많아서 유행어 같은 줄임말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마상,이란 말을 아는가.
마음의 상처란다. 이런!
그냥 상처라고 하면 될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줄여버린 것일까.
인생의 희노애락이 상처와도 같고 그것이 삶이고 사랑이고 삶의 힘이다.
우리는 그런 의자에 앉아 편안함과 불편함을 함께 또는 따로 똑같이 느끼며 산다.
누군가에게는 80대 20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20대 80일 것이다.
편안함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편이고 불편함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편이다.
가족과의 사랑에도 불편함이 있고
친구와의 우정에도 불편함은 있다.
의자가 편안함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때로는 삐걱거리는 의자처럼 불편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댈 어깨가 되어 안락함을 주기도 하는 의자.
그 의자에 곧 마상이 앉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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