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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고맙다 [이문재]

by joofe 2021. 10. 1.

저승 가는 길도 공짜는 없다!(그림은 인터넷에서 퍼옴)

고맙다 [이문재]

 

 

 

 

시동을 켜자

바로 네비게이션이 들어온다

하늘에  있는 인공위성 열세대가

길을 일러준다

홋카이도 상공에 두대

멀리 고비사막과 터키 상공에도

인공위성이 몇대   있다고 한다

 

고마워라

 

여자 성우가 좌회전하란다

과속방지턱이 연이어 나타난단다

목적지까지 149킬로미터 세시간 십삼분 걸린단다

실시간 교통정보란다

도계를 넘자 경상도 사투리로 바뀐다

 

고마우셔라

 

우리는 저승 가는 길에도 

내비게이션이 필요할 것이다

천국과 지옥 상공에도

새까맣게 인공위성이  있을 것이다

우리 저승 가는 길에도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문자메세지는 아마 무료일 것이다

 

            - 혼자의 넓이, 창비,2021

 

 

 

 

 

* 열이 모였다가 다섯이 모였다가 그것도 안 된다고 둘만 모이라고 하고

그 마저도 위험하니 혼자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소설에도 등장하지 않는, 가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세상이 실재하고 있다.

이런 혼자만의 아이솔레이션을 견딜 수 있는 건

내비게이션의 여자성우의 안내로부터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것 때문인가?

하지만 외국을 나가보면 우리나라처럼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나라가 별로 없다.

호텔에서나 켜져서 밖을 나갈 수가 없다.

시인은 저승 가는 길에도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터지길 기대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무료 문자 메세지도 없어서 복장 터질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빨리빨리 정신을 가진 채 살아서 인터넷도 잘 터지고 

스마트폰도, 자동차도 품질이 좋아져서 다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잘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저승길을 갈 수도 있겠다 싶다.

빨리 빨리 더 빨리 저승길에 10G를 깔고 시속 마하100의 자동차를 개발해!

빨리빨리 정신을 가지면 저승길도 빨리, 편안하게 갈 때가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