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유희경]
나에겐 화분이 몇 개 있다 그 화분들 각각 이름을 붙여주었지
만 어쩌면 따박따박 잊지 않고 잎 위에 내려앉는 햇빛이 그들
의 본명일지도 모르지 누구든 자신의 이름을 먹고 자라기 때문
이다 젖을 정도로 부어주는 물도 그들의 이름일 테지 흠뻑 젖
고 아래로 쏟아낸 물을 다시 부어주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
을 때 나는 나의 발을 보았다 거실의 부분, 환하다
- 당신의 자리-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2017
* 거실에서 키우는 화분은 커피나무가 가장 많다.
2009년부터 키우기 시작해서 천장에 닿는 놈 둘, 닿을락 말락 둘
나머지는 그냥 고만고만한 놈들.
이름이 막내딸의 학년에 맞추어 중삼이, 고삼이, 대삼이이고
누구 주었다가 A/S차원으로 돌아온 응삼이 등등이다.
고삼이 이후로는 중삼이에서 수확한 커피콩을 발아시킨 것들이다.
노니, 로즈마리, 꽃기린, 장미, 트리안, 스테비아 등등 다른 화분들이 있지만
역시나 개별 이름을 가진 놈은 커피나무들 뿐이다.
(이 정도면 거의 반려목 수준.ㅎ)
요즘 창가에서 햇빛을 많이 받아서인지 커피꽃들이 많이 피었다.
하얀 꽃에서 매캐한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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