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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방과 어항 [신영배]

by joofe 2021. 12. 10.

방과 어항 [신영배]

 

 

 

 

   음악이 있었다 B, 한낮이었다 다리가 많은 벌레는 다

리를 점점 떼어내며 죽어갔다 나는 내가 가진 단어들을

조금씩 떼어냈다 음악이 있었다 B, 물고기 한 마리가 지

느러미를 흔들었다 죽은 한 마리를 건져냈다 물이 크게

출렁였다 남은 물고기에 나의 단어를 붙였다 음악이 있

었다 B. 다시 단어를 떼어냈다 음악이 있었다 B, 남은 물

고기가 크게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어항이 점점 넓어졌다

방이 점점 좁아졌다 나는 남은 사람이었다 음악이 있었

다 B, 어항이 점점 환해졌다 방이 점점 환해졌다 나는 나

의 단어 지느러미를 크게 흔들었다 음악이 있었다 B, 방

과 어항이 같은 넓이를 가졌다

 

           - 물안경 달밤, 문학과지성사, 2020

 

 

 

 

 

 

 

 

* 지구라는 공간을 그동안 인류가 지배했다.

끊임없이 다른 동물류나 바이러스들이 호시탐탐 지구를 차지하려고 했다.

오랫동안 인류가 영리하게 지구를 지키긴 했지만

2억이 살기에 편안했던 지구를 인류가 80억 인구를 가지며

지구라는 공간을 꽉 메웠다.

80억 인구를 먹여살리자니 엄청난 육류와 우유와 달걀이 필요했고

필요한 양을 생산하려니 엄청난 항생제와 각종 약제를 개발해야 했다.

80억 인구에게 전기를 공급해야 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불어줘야 했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건 오래전부터이지만 

점점 내성을 키우고는 급기야 인류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이와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의 백세 인생을 꺾고 있다.

지구가 점점 환해지는 방법은 인구의 감소인데 선진국일수록 인구는 줄고 있지만

후진국은 거꾸로 인구가 늘고 있어서 지구라는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소비해야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자가 면역력 증진이 필요한 시대에 적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의 한 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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