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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나는 왜 [박영희]

by joofe 2021. 12. 21.

나는 왜 [박영희]

 

 

 

 

티슈페이퍼를

반으로 접어 갈라 쓰고

택배 박스에 붙은

스티커를 끝까지 떼어내며

쓰레기 분리배출에

골머리를 썩이는지

 

맥락이 닿지 않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젖어드는 눈시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괜스레 또 열을 받고

하다하다 

사물에까지 존칭을 사용하는

어이없음에 기가 차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열받고 혼자 삭인다.

 

      - 한사코 아득한, 달아실, 2020

 

 

 

* '세상은 결코 평화롭지 않고, 개인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

하다. 인류의 역사 이래 세상은 단 한 번도 평화로운 적이 없었고, 인류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어디

에서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아니 그렇게 멀리 둘러볼 필요도 없이 당장의 우

리네 삶도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뿐인가, 인

간의 교만이 쌓아올린 과학기술문명이란 탑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는 단지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른다. 오

히려 거짓 선지자들의 거짓 예언과 편협된 지식인들의 섣부른 처방으로 넘쳐난

다. 그런 가운데 박영희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호모 소시울로지쿠스(homo

sociologicus, 사회적 동물)의 운명을 지닌 우리가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우

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돌아볼 수 있

어 무척 반가웠다.

                                                         - 박제영 시인, 해설 중에서

 

 

 

 

** ㅎㅎ 대개의 삶이 그러한데 열까지 받으시고 삭히신다니...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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