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가 있는 골목 [유희경]
오래전 나도 당신도 없고 그러니 어떤 단어도 추억할 수 없는 골목에 모두 잠들어 아무도 깨우지 않게 생활이 돌아눕는 느릅나무가 있는 골목에 아무도 태어나지 않아 우는 것도 없는 그 가만 새벽에 어린 부부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을 것이다 고요는 잎보다 먼저 꽃을 흔든다
-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2017
*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신 오딘은 길을 걷다가 두 그루의 나무를 만나 물푸레나무로는 남자를 만들고
느릅나무로는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느릅나무가 있는 골목의 풍경은 어머니의 자애가 느껴진다.
어머니의 사랑이 온 천지에 고요처럼 차고 넘쳐 따뜻한 품안의 세상 같기를.
오딘은 시에도 조예가 깊었고 시인들의 신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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