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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안부 [송찬호]

by joofe 2021. 12. 18.

사석원 그림

 

 

안부 [송찬호]

 

 

 

 

그대여, 내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멀리 나를 찾아온대도

이번 생은 그른 것 같다

피는 벌써 칼을 버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달아나버리고 없다

 

그대여 , 내 그토록 오래 변치 않을 불후를 사랑했느니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아래

붉은 저녁이 오누나

장미를 사랑한 당나귀*가

등에 한 짐 장미를 지고 지나가누나

 

* 사석원의 그림

 

             - 분홍나막신, 문학과 지성사, 2021

 

 

 

 

 

 

* 오년쯤 키웠을까, 작은 장미화분 두개를 사서 해마다 꽃보는 재미로 산다.

노란 장미는 산지 이년만에 서거했지만 

빨간 장미는 이제껏 해마다 끊임없이 꽃을 피운다.

이번주에도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붉게 피었다.

영하 십일도를 가르키는 이 겨울아침에도.

KTX 천안아산역에는 출입구쪽에 노란 장미화분이 늘 놓여 있었다.

지지난주 실내로 옮긴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이 노란 장미도 갈적마다 노란 장미꽃을 계속 피워주어 눈이 참 즐거웠다.

불후란 없는데도 변치 않기를 바라는 이 마음도 종내는 변하게 되겠다.

그럼에도 늘 안부를 전하며 살아있음을 감사해 한다.

고마워, 변치 않아서!

 

이천이십일년 십이월 십팔일 아침 장미는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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