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포마을에 가서 [안채영]
달밤, 종포*만에 가서
흰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캄캄한 갯벌 사이로 이쪽 마음에도 들지 않은 그렇다고
저쪽 마음에도 들지 않은 물길이 이리저리 휘어지며 흐른
다. 때가 되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물살엔, 몰살沒殺 물
목들이 어느 물때에도 들지도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것 보
았다
그곳에서 곡선의 마음을 배웠다
저 환한 물줄기는 달月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분명하고
이쪽도 저쪽도 들르지 않는 마른 물줄기가 있다면 달의
틈이 벌어지고 그 틈으로 흰 물이 새어나올 때까지 기다
려야 할 것이다
입구가 없다는 건 사방으로 뻗어 있는 마음이라고 탁하
게 들어왔다 맑게 나가는 흰 물이지만, 맑게 나가는 물에
색깔의 편협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물의 마음이란 새벽과
저녁나절의 밝기일 뿐,
저녁과 아침이 번갈아 들르는 마음이 있다면
종포마을에 가서 흐릿한 저녁을 보라
밝게 빛나며 그렁거렸던 축축한 어둠이 조금씩 가벼워져
빠져나가는 갯고랑을 보라
* 종포 ; 사천에 있는 마을 이름.
- 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 달아실, 2020
* 곡선의 마음과 물의 마음이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일 게다.
法이란 물이 흘러가는 것을 말하며 물은 직선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고 돌아돌아 끝내는 가야할 길을 찾아 간다.
번민해야할 마음이라면 어느쪽으로 흘러가야할 것인지를 잘 가늠해 그쪽으로 흘러가야할 게다.
종포에 가서 흰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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